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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세계의 살아있는 전설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14년 만에 중국 전기차 선두 주자 BYD(비야디)의 지분을 완전히 정리한 사실이 알려지며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절친한 친구이자 투자 파트너였던 고 찰리 멍거의 강력한 추천으로 BYD에 둥지를 틀었던 워렌 버핏은 이를 통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워렌 버핏의 BYD 지분 매각 결정은 단순한 투자 회수 이상으로 중국 전기차 업계의 미래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워렌 버핏이 BYD를 떠나기로 결정한 배경과 중국 전기차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분석해 봤다.

◆ 워렌 버핏의 BYD 투자, 빛나는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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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이 BYD에 처음 투자한 것은 2008년 9월 26일로 당시 그의 오랜 동반자였던 찰리 멍거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멍거는 BYD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고 버핏은 그의 통찰력을 믿고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BYD 주식 2억2500만 주를 주당 8홍콩달러(한화 약 1439.6원)에 매입했으며 총 투자액은 무려 18억 홍콩달러(한화 약 3239억원)에 달했다.

당시 BYD 창업자인 왕찬푸 회장은 버핏의 신뢰를 얻기 위해 배터리 전해질 용액을 마시는 퍼포먼스를 선보일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 일화는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워렌 버핏은 2017년 한 인터뷰에서 왕 회장을 "훌륭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데 매우 능숙한 인물"이라고 극찬하며 멍거의 BYD 투자 주장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기도 했다. 이때 BYD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2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3배 수준으로 현재의 성장성과 비교하면 매우 저평가된 상태였다.

워렌 버핏의 안목은 이러한 저평가된 기업에서 미래 가치를 발견했고 이는 결국 전 세계적인 성공 신화로 이어지게 됐으며 이는 곧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이후 약 1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BYD는 끊임없는 혁신과 성장을 거듭하며 중국을 넘어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 반면 워렌 버핏은 지난 2022년부터 BYD 주식 매각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홍콩증권거래소의 기록에 따르면 워랜 버핏은 2022년 8월 24일 BYD 주식 133만 주를 평균 주당 277홍콩달러(한화 약 4만9800원)에 매각하며 3억6900만 홍콩달러(한화 약 664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는 초기 매입 가격 대비 무려 34.6배 상승한 가격으로 단순 계산으로도 604억8000만 홍콩달러(약 10조86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차익을 남겼다.

◆ BYD의 현재와 워렌 버핏의 떠남이 던지는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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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BYD는 괄목할 만한 실적을 발표하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매출은 3712억8000만 위안(한화 약 72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했으며 순이익 역시 155억1000만 위안(한화 약 3조원)으로 13.8% 늘어났다.

자동차 판매량 또한 같은 기간 33.0% 증가한 21만6000대를 기록하며 BYD가 여전히 강력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인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워렌 버핏의 BYD 지분 전량 매각 소식은 여러 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내에서 격화되고 있는 전기차 가격 경쟁은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BYD 역시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반영해 올해 판매 목표를 기존 550만 대에서 460만 대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워렌 버핏이 BYD 지분을 모두 정리하면서 그의 다음 행보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버핏은 2023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YD 주식 매각 대금은 "더 나은 용도를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워렌 버핏이 BYD의 성장 가능성을 더 이상 높게 평가하지 않거나 혹은 다른 투자 기회를 포착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BYD의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BYD의 주가 흐름과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BYD가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시장을 이끌어갈지, 그리고 중국 전기차 업계는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중국 전기차 업계의 미래, 워렌 버핏의 그림자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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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의 BYD 지분 전량 매각은 단순히 한 투자자의 투자 회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전기차 업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업게는 내다보고 있다.

BYD는 그동안 워렌 버핏이라는 강력한 후원자를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지만 이제 자체적인 힘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무엇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됐으며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과 수많은 중국 현지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워렌 버핏의 이탈은 BYD의 위상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워렌 버핏의 이번 결정은 중국 전기차 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에서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가능성과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워렌 버핏과 같은 영향력 있는 투자자의 행보는 이 같은 우려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BYD는 물론 니오, 샤오펑 등 다른 중국 전기차 기업들 또한 워렌 버핏의 그림자를 의식하며 더욱 치열한 경쟁과 혁신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며 “워렌 버핏의 BYD 투자는 성공적인 투자로 마무리되었지만 그의 떠남은 중국 전기차 업계의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