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한 인물의 삶은 때로는 드라마틱한 파고를 넘나들며 때로는 끈질긴 인내와 혁신으로 채워지곤 한다.
충청남도에서 38대 도지사를 역임하며 지역 발전에 헌신했던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의 정치 여정 역시 그랬다.
1959년 천안에서 태어나 법조인의 꿈을 키우고 정치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그의 삶은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의 연속이었다. 험난한 정치 지형 속에서 네 번의 국회의원 당선이라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지만 도지사 재선 도전에서의 아쉬움, 그리고 험지 출마라는 새로운 선택을 통해 다시금 정치적 생명력을 불어넣은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정치인의 삶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정치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여운을 남긴다.
◆ 법조인에서 정치인으로: 험난한 첫걸음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는 1959년 충청남도 천안에서 태어나 유학자이신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10남 4녀 중 아홉째 아들로 태어났다. 보산원국민학교와 광풍중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올라와 중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에 진학하며 법조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9년 육군에 입대해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후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변호사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그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2년 국민통합21 천안갑 조직책으로 정계에 입문하며 본격적인 정치인의 삶을 시작한 그는 이듬해 단국대학교 정책경영대학원에서 특수법무학을 전공하며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학문적 역량 또한 꾸준히 키워나갔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과 함께 당적을 옮기며 정치적 기반을 다진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는 이후 지역 발전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정치에 첫발을 내디딘 양승조 전 지사는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충남 천안시 갑 선거구에 출마해 현역 국회의원을 꺾고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는 그의 정치적 역량을 증명하는 중요한 시작점이 됐다.
이후 열린우리당에서 충남도당 위원장, 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당내 입지를 다진 양 전 지사는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하여 재선에 성공하며 민주당에서 원내부대표, 충청남도당 위원장,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역임, 중앙 정치 무대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3선이라는 쾌거를 이뤘고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민주당 최고위원을 역임하는 등 당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 충남의 맹주, 4선의 영광과 도지사 도전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의 정치 경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충청남도 지역구에서 내리 4선을 기록한 것으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천안시 병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49.7%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4선 국회의원이 됐다. 이는 민주당계 정당에서 충청남도 지역 최초의 4선이라는 기록으로 그의 지역 기반과 정치적 영향력을 확고히 보여준 좋은 사례로 남아 있다.
또한 2016년 4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선임됐으며 같은 해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는 등 당과 국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남 출신 최초 4선 국회의원으로서 차기 충남지사 후보군으로 주목받았고 2018년 1월 공식적으로 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2018년 4월 복기왕 예비후보와의 경선에서 승리하며 충남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는 자유한국당 이인제 후보와의 치열한 선거전 끝에 62.6%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하며 충청남도지사에 당선됐다.
도지사로서 그는 2019년 2월 자유한국당 인사들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망언을 규탄하는 자리에 참석하는 등 역사 바로 잡기에도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도지사 재임 기간 동안 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으며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온 양 전 지사는 충남 지역의 오랜 숙원 사업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 재선 도전의 좌절과 새로운 도약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는 재선을 위해 도지사 선거에 다시 도전하며 당내 경선에서 76.54%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공천을 확정 짓고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와의 본선 대결에서 아쉽게 패배하며 재선에 실패했다. 특히 그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천안시 동남구와 아산시 등 대부분 지역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면서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정권 출범 컨벤션 효과, 진보 지지층의 저조한 투표율, 그리고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사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의 패배 원인으로 계파색 없이 무색무취에 가까운 인물론과 도정 운영 면에서 실질적인 숙원 사업 해결에 실패한 점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에 굴하지 않고 2022년 9월 정치 포럼 '다함께 잘사는세상'을 출범시키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졌고 이러한 노력은 그의 정치적 생명력을 다시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 험지 출마의 결단, 그리고 미래를 향한 희망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천안시 을 선거구 출마를 선언하고 활동하던 중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홍성·예산 지역구에 전략공천 됐다. 보수세가 강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의 유입과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의 외가가 예산 지역인 점, 그리고 충남도지사 재임 시절 내포신도시에 머문 경험 등을 배경으로 전략공천이 이루어졌다.
선거 결과 45.15%의 득표율로 강승규 후보에게 패배했지만 보수세가 센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홍성군에서는 1% 이내의 초접전을 벌였고 예산군에서 40% 가까운 득표를 하며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의 정치적 역량과 지역 기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결과였다.
당시 총선 낙선으로 두 번 연속 고배를 마셨지만 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로 재도전할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과 복기왕 민주당 충남도당위원장 등은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의 험지 출마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그의 정치적 가치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또한 오는 2026 지방선거에서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던 복기왕, 박수현, 황명선 의원이 모두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여기에 지난해 총선에서의 험지 출마는 당의 승리를 위한 헌신적인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앞으로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에 단수 공천돼 재도전할 가능성이 높게 점처지고 있다.
한편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는 70세에 근접한 나이로 인해 이번 지방선거가 본인 정치 커리어의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선거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오든 쉽지 않은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