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비지뱅크


오랜 시간 우리 통신 시장을 지배해왔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2014년 재정 된 단통법이 11년 만에 폐지가 확정되면서 소비자들은 휴대폰 구매에 있어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기대하고 있다.

유통점에서 지급하는 추가 지원금 상한이 사라지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 출고가를 넘어서는 지원금 지급을 원칙적으로 가능하게 함으로써 시장 경쟁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연 단통법 폐지는 소비자들에게 진정한 '공짜폰' 시대를 다시 열어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과거와 같은 ‘페이백’이나 ‘마이너스폰’의 등장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맞을까.

단통법 폐지가 가져올 통신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들의 기대, 그리고 현실적인 제약 사항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시대의 가능성과 한계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 단통법 폐지와 지원금 상한의 소멸: 기대와 현실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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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로 인해 유통점에서 지급할 수 있는 추가지원금 상한이 사라진다는 점은 분명 소비자들에게 희소식이다. 이는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단말기 출고가를 넘어서는 지원금 지급이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러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과거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특정 요금제나 특정 기기에 한해 파격적인 지원금이 제공되면서 ‘공짜폰’이나 ‘페이백’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금이 시장 질서를 해치고 불공정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단통법이 도입됐다. 이제 단통법이 폐지됨으로써 과거와 같은 과열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몇 가지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높은 출고가를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은 ‘공짜폰’의 등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일부 중저가 단말의 경우 이러한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경우 통신사들이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이 이러한 상황을 감수하기는 어렵다.

한 이동통신 유통업자는 “유통망 지원금의 한도가 없어지는 것은 맞지만 단말기 출고가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지원금이 형성되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단통법 폐지가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가 원하는 ‘공짜폰’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 과거와 현재의 단말기 가격 비교: 격세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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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를 이야기할 때 과거와 현재의 단말기 가격을 비교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단통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2014년 삼성전자 갤럭시S5의 통신사 단말 출고가는 86만6800원이었다. 또한 단통법 시행 직후 출시된 애플 아이폰 6 시리즈의 경우 최저 78만9800원으로 책정됐으며 당시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일반적인 출고가는 80만원 대 중반이었다.

하지만 이제 단통법이 폐지되는 시점에서 새롭게 출시되는 갤럭시 Z 플립 7의 출고가는 148만5000원부터 시작하며 갤럭시 Z 폴드 7은 237만9300원부터 시작된다. 이는 약 11년 전과 비교했을 때 플립 시리즈는 약 두 배, 폴드 시리즈는 세 배 가까이 비싸진 가격이다.

이처럼 단말기 출고가가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지원금을 제공하기는 더욱 어렵다. 통신사들은 1명의 가입자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요금 매출 수익을 넘어서는 지원금을 책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40만원에 가까운 갤럭시 Z 폴드 7을 공짜로 판매하려면 2년 동안 월 10만원의 5G 요금제를 유지해야 겨우 본전을 뽑을 수 있다. 여기에 기지국 운용비, 유통망 가입자 관리 수수료, 전파 사용료 등 다양한 가입자 유지 비용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공짜폰이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이폰 역시 마찬가지다. 제조원가가 비싼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아니더라도 아이폰 16 시리즈의 경우 128GB 최저 저장 용량 기준으로도 124만3000원부터 189만2000원까지 출고가가 형성돼 있으며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용량은 150만~200만원대에 달한다. 과거 아이폰 6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가격이 오른 셈이다.

◆ 통신 시장 환경 변화: 가입자 유치 경쟁의 새로운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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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단통법 폐지가 통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의 통신 시장 환경 변화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통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통신사들이 3G 가입자를 4G LTE로 전환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던 시기다. 이는 스마트폰 보급 확산 시기와 맞물려 보다 비싼 LTE 요금제 가입자를 유치하고 데이터 이용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당시에는 이러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금이 지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단통법이 폐지되는 지금의 통신 시장은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워졌으며 5G 전환율 역시 핸드셋 가입자 기준으로 70~8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요금 매출 상승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통신사들은 과거처럼 가입자 수 증가를 통한 요금 매출 증대에 집중하기보다는 OTT 결합 요금제나 부가서비스 판매와 같이 새로운 수익 창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이 같은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통신사들이 ‘밑지는 장사’를 하며 과거의 ‘공짜폰’, ‘마이너스폰’을 다시 선보이기는 매우 어렵다.

출고가 100만원 이하의 중저가 스마트폰이 아니라면 통신사가 최소한의 기대 수익을 포기하고 파격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단통법 폐지가 새로운 경쟁을 예고하지만 그 경쟁의 양상은 과거와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단통법 폐지 이후,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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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소비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현명하게 휴대폰을 구매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과거와 같은 ‘묻지마’ 식의 공짜폰이나 페이백에 현혹되기보다는 자신의 통신 이용 패턴과 필요에 맞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자신의 통신 요금 사용량과 필요 기능이다. 고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는 중저가 단말기를 선택하거나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결합 할인, 제휴 카드 할인 등을 꼼꼼히 비교해보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또한 중고폰 시장이나 자급제폰 구매 후 알뜰폰 통신사를 이용하는 것도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단통법 폐지는 분명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이 같은 선택권이 곧바로 ‘무조건적인 혜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꼼꼼한 정보 탐색과 신중한 비교를 통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단통법 폐지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은 지난 2014년 10월 1일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이동통신단말기를 직접 판매하는 과정에서 일부 이용자에게만 과도한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의 행위로 이용자 간 차별을 유발하면서 이를 규제하기 위해 재정 된 특별법이지만 수차례 단통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도출됐고 결국 2024년 1월 22일 서울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정부가 단통법 폐지 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