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라는 질병 자체를 관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많은 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비만하지 않은 사람들의 다이어트 목적으로 ‘위고비’를 오남용하거나 잘못 처방되는 사례들이 나타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위고비’의 효과는 분명한 것은 전문가들 역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안전성과 윤리적 문제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위고비’ 오남용 실태와 전문가들의 경고
최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공동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위고비’를 포함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우려가 심도 있게 논의됐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의료진의 적절한 처방과 관리 없이 ‘위고비’가 사용되는 사례와 비만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대상에게까지 투여되는 부적절한 사용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이는 지금까지 해외에서 ‘위고비’ 오남용으로 인한 급성 췌장염 사례가 수백 건에 달한다는 보고를 바타으로 할 때 ‘위고비’의 기전 자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단순히 체중 감량 효과만을 기대하고 복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위고비’는 위장관 운동을 늦추고 포만감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용하하는 약물로 이를 고려하지 않고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구토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처음부터 고용량을 사용하거나 약값 때문에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무리하게 고용량을 투여하는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김 이사장은 이에 대해 “위고비와 같은 강력한 약물의 효과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부작용에 대한 의사와 환자 모두의 정확한 인식”이라며 “위고비는 분명 비만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지만 모든 전문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잠재적인 부작용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약물은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 음식물의 통로를 좁게 만들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과식하게 되면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위고비’를 처음 사용할 때 저용량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증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 환자들은 효과를 빨리 보기 위해 처음부터 고용량을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위고비’의 높은 가격 때문에 고용량 투여가 더 효과적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인 만큼 잘못된 인식은 자칫 ‘위고비’의 오남용으로 이어져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위고비’를 처방하는 의료진은 약물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맞는 적절한 용량과 기간을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
◆ ‘위고비’ 처방의 전문성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위고비’ 처방에 있어 의료진의 전문성 부족과 제도적 미비가 오처방 및 오남용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재혁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는 “위고비 관련 오남용과 오처방 모두 심각한 문제며 특히 약물에 대한 충분한 지식 습득 없이 위험 요인을 제대로 문진하지 않은 채 ‘위고비’를 쉽게 처방하는 의료진이 다수 존재한다”며 “여기에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처방전만 발급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위고비’가 국내 진료과 중에서도 이비인후과에서 유독 많이 처방된다는 대한비만학회의 토로는 비만 치료에 대한 전문적인 접근이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비만 진료에 대한 국가 자격증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비만 진료 자격을 갖춘 의료진에게 ‘위고비’를 처방받는 것이 가장 올바른 진료 방식이며 ‘위고비’ 처방에 대한 세부 지침 마련도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실제 그동안 의학계에서는 ‘위고비’와 같은 전문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는 의료 현장의 전문성 강화와 함께 제도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현재 국의 경우 비만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진에게 부여할 수 있는 국가 자격증이 없어 비만 치료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의료진들은 조속히 비만 치료 자격을 갖춘 의료진에게 ‘위고비’를 처방받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과 ‘위고비’ 처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과도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실제 치료를 필요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이사는 “의약품의 안전성 정보는 전문지식에 기반한 검증된 해석을 통해 제공돼야 하며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며 “위고비를 포함한 모든 전문의약품은 의료진의 전문적인 판단 아래 충분한 병력 청취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적응증을 확인한 후 처방돼야 하고 치료 시작 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 ‘위고비’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제언과 미래 전망
‘위고비’는 비만 치료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낮은 비만 질병 인식과 제도 미비가 이날 ‘위고비’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오남용 논란을 반복하게 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제기됐다.
박정환 대한비만학회 정책이사는 ‘위고비’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해법으로 △비만 인식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 및 홍보 △우리나라 비만 기준에 맞춘 ‘위고비’ 사용 연구 △비만 치료 급여화를 통한 적정 사용 유도 및 모니터링 체계 강화를 제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실제 위고비 출시 이후 보고된 이상 반응이 국제 임상시험 수준과 유사한 것이 사실”이라며 “온라인 불법 판매 및 광고 행위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의료인과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위고비’는 단순한 다이어트 약이 아닌 비만이라는 질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중요한 치료 옵션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비만 질병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고 비만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위고비’와 같은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위고비’ 처방 및 사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운영 및 정부 부처, 제약회사 등의 협력을 통해 안전 사용 가이드 라인을 수립과 모니터링, 안전성 보고 체계 강화가 뒷받침 되어야 ‘위고비’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고비’는 전 세계적으로 비만 치료에 혁신적인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로 이 약물은 효과적인 체중 감량과 함께 당뇨병 등 동반 질환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