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필리핀 복싱의 살아있는 전설 ‘팩맨’ 매니 파키아오가 약 4년 만에 링 위에 다시 섰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전 세계 복싱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파키아오의 복귀는 그 자체로 큰 화제였다.

지난 20일(한국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WBC 웰터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현 챔피언 마리오 바리오스를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비록 타이틀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17살이나 어린 현역 챔피언을 상대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인 파키아오의 투혼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날 경기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선 복싱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선수 파키아오의 끊임없는 열정과 도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의 화려한 복귀는 팬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했다.

◆ 정치인에서 다시 링에 오른 8체급 석권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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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 파키아오는 복싱 역사상 최초로 8개 체급에서 타이틀을 석권한 불멸의 기록을 가진 선수로 그의 이름은 곧 승리였고 수많은 팬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었다.

파퀴아오는 지난 2021년 8월 WBA 웰터급 타이틀전에서 요르네디스 우가스에게 패배한 후 62승 8패 2무라는 경이로운 전적을 남기고 프로 무대 은퇴를 선언하며 링을 떠난 바 있다.

당시 많은 이들이 그의 은퇴를 아쉬워했지만 파키아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상원 의원을 역임하는 등 정치에 뛰어들며 또 다른 삶을 개척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에서는 여전히 복싱에 대한 열정이 불타고 있었고 약 14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그는 다시 링으로 돌아오는 선택을 했다. 이는 단순한 복귀가 아닌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팬들에게 다시 한번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파키아오의 복귀는 그의 스포츠 경력만큼이나 드라마틱 한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 노장 투혼, 젊은 챔피언과의 대등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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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는 여러 면에서 파키아오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상대인 마리오 바리오스는 두 차례나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실력 있는 현역 챔피언이었으며 신장, 리치, 체력 등 여러 면에서 파키아오보다 한 수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과 도박사들 역시 바리오스의 승리를 예상하며 파키아오가 노장이라는 점을 들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키아오는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특유의 민첩함, 빠른 발놀림, 그리고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련함으로 12라운드 내내 바리오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경기 당시 현지 중계진은 오히려 파키아오가 경기를 우세하게 이끌었다고 평가할 정도였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파키아오의 경기는 단순히 체력이나 신체적인 조건의 우위를 넘어선 정신력과 기술, 그리고 복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또 다른 계기를 만들어 줬다.

◆ 아쉬움 속에서도 빛난 가능성, 미래를 향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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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이번 경기에서 파키아오는 타이틀 획득에 실패했지만 만약 승리했다면 그는 2013년 48세의 나이로 IBF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던 버나드 홉킨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고령의 나이에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는 역사를 쓸 수 있었다.

경기 후 파키아오는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경기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그는 현역 생활을 계속 이어갈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것 같다”며 기회가 된다면 오늘 상대 한 바리오스와 재대결을 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1978년생인 이매뉴얼 다피드란 파키아오(Emmanuel Dapidran Pacquiao)는 14살에 복싱을 시작해 16살의 나이에 프로 복싱에 데뷔한 이후 1998년 WBC 플라이급 제패 후 극심한 감량고로 인해 3체급이나 올려 IBF 슈퍼밴텀급을 석권, 이후 현역 시절 복싱 역사상 유일한 8체급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전설적인 세계 복싱선수로 기록되고 있다.